본문 바로가기

언노말욱

2021년 회고

작년 회고를 시작으로 매년 회고를 쓰기로 했다. 정신없이 바쁜 생활을 하고 있지만 해야할 일들을 몰아서 해버리고 다른 계획없이 회고를 쓰겠다는 목적 하나로 제주도로 넘어왔다.

알람을 맞추지도 않았는데 6시에 눈이 떠졌다. 일어나서 바로 편의점에 가서 커피와 면도기를 사서 면도를 하고 일회용 커피에 물을 붓고 자리에 앉았다.

 

2021년도 회고 시작

바디프로필

올 해 1월에도 일주일정도 제주도로 내려와 리모트 근무를 하고 있었다. 작년은 평소의 나보다는 조금 다운되어 있었고, 번아웃도 왔던 해였는데 모두 다 극복하고 의기 충만할 시기였다.

근무를 마치고 주말쯤에 혼자 카페를 가서 시간을 보내던 중에 바디프로필 챌린지 프립 상품을 보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말로만 다이어트한다, 바디프로필 찍어볼다가 하는데 나도 그 중에 하나였지 않나 싶었다. 해당 상품은 온라인으로 단체 PT를 받는 방식이였다. 어자피 운동은 매일 하니까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식단도 조절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참가자 전원이 사진을 찍는게 아니라 4명만 선정해서 촬영을 지원해 준다고 하니 경쟁심에서라도 열심히 할 것 같아 신청했다.

 

2월 15일 부터 4월 9일 까지 8주간 챌린지였고, 다행히 프로필 촬영에 선발되서 바디 프로필 사진을 찍는 기회를 얻었다.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꾸준히 한시간이라 하자! 라는 생각과 늘 하던 운동 강도를 조금 더 올렸을 뿐이라 운동 자체는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식단! 이였다. 사실 해당 프로그램이 뭐 드세요! 하면서 식단을 짜주는 방식은 아니고 큰 가이드만 잡아주고 자신이 먹은 것들을 인증하고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는 방식이여서 엄청 타이트하게 식단관리를 하진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 느낀 점이 마냥 굶는다고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균형잡힌 식단을 기반으로 규칙적으로 아침, 점심, 저녁을 꼬박꼬박 잘 챙겨먹는게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디프로필이 끝나고 다시 배가 통통해지긴 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이상욱은 마음 먹으면 해내지! 라는 걸 한번 더 각성하게 된 계기였고 이 도전이 올 해를 시작하는데 큰 힘이 됐다.

 

 

ㅋㄷㅋㄷ

올 초에 핫한 서비스 중 하나였던 클럽하우스!

 

 

 

주부놀이중 이라는 제목으로 모더레이터를 했던 방을 시작으로 벚꽃이 필 때까지 라는 방까지 꽤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벚꽃이 필 때까지 방은 하나의 팸이 생겨 아직도 잘 만나고 계신 것 같다(것 이라는 말은 난 없다ㅋㅋ)

2월 초 어느날 밤. 잠들기 전에 어떤 제목으로 만들었는지는 기억안나지만 방을 하나 팠다.

공교롭게 프립에 다녔던 팀원 분들이 한 두분 씩 들어오더니 꽤 많은 분들이 들어와주셨다. 그래서 프립 팀원이였던 분들만 모더레이터로 올려서 간만에 수다를 떨었다.

 

 

 

 

 

그러던 중 요새는 재밌는거 안하냐는 질문에 평소 구상하고 있던 아이디어를 이야기 했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콘돔을 구독 서비스로 만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피임이라는 것에 대해 한번 깊게 고민한 적이 있었고, 가장 쉬운 방법은 콘돔을 사용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콘돔을 사용할 시점에 콘돔이 없다면?

이 때 두 번의 어려움이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1. 잘 끌어올린 무드가 깨진다.
  2. 여차저차 콘돔을 구매하러 갔다고 한들 구매하는 경험이 그다지 유쾌하지가 않다

이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신랄하게 하다보니 서비스 이름까지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시작을 안할 이유는 없었다!

나 현규님, 승재님 이렇게 세명이 서비스를 만들었다.

초기에는 콘돔만을 구독하는 서비스를 구상했다면 서비스가 만들어졌을 땐 개념을 더 확장해서 잠자리용품 키트를 구성해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 알베르토 사보이아

내가 다니는 프립의 대표님 추천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됐다. 책을 펴보기 전 제목만을 보고 처음 느낀 생각은 제목이 마치 태극권 교습서 같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야 이렇게만 따라하면 다 된다

unnormal-wook.tistory.com

서비스를 만드는데 있어 거창하게 모든걸 준비하고 런칭하기 보다는 작은 실험을 여러번 많이 돌리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웹이나 앱을 거창하게 만드는 대신에 노션을 통해서 소개 페이지를 만들고 구독 신청은 구글 설문지로 받기로 했다.

결과는?

다들 신박하다, 정말 필요할 것 같다라는 피드백은 많았지만 가장 중요한 지표! 결국 구매는 많이 일어나지 않았다.

최종 판단은 DROP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있어 빠르게 설계하고 작게 검증하는 과정을 여러번 실행하는 방식을 통해 큰 리스크 없이 진행할 수 있었고, 이 경험했던 것들이 이후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리고 초기에 팀빌딩을 할때 해당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페이지를 잘 맞출 필요가 있다는걸 깨달았다. 해당 과정을 제대로 하지 않고 서비스 기획을 시작했는데 두 분 모두 개인적으로도 너무 좋아하고 잘 맞는 분들이여서 나랑 생각하는 방향이나 속도가 같을 것이다라고 은연 중에 생각했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중에 프로젝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두 분은 우리 서로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취미처럼 긴 호흡으로 가져갔음 좋겠다고 했고 나는 너무 사업적으로 다가가서 속도전을 강조했었다.

그래도 서로 좋은 경험이었다고 잘 마무리하고 프로젝트는 잘 종료했다!

휴가

(아! 써내려가기 이전에 여기서 휴가는 나의 반려견의 이름이다)

프립 서비스의 홈개편 프로젝트를 끝내고 3일 정도 부모님 댁인 청주에 내려가 있었다.

 

 

내려간 김에 대학 다닐 때 강연을 오신 블루소프트 서명석 대표님을 무작정 찾아가 고민 상담을 늘어놓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계기로 서 대표님을 비롯한 다른 IT 업계 대표님들과 함께 중소기업에서 구글앱스(현재는 구글워크스페이스)를 그룹웨어로 사용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하는 책을 개정하는데 참여하게 됐었다.

이때 같이 작업하셨던 대표님들과 또 다른 몇분이 공동체 마을을 직접 만드셔서 살고 계셔서 오랜만에 인사도 드리고 이야기도 나눌 겸 찾아갔다.

 

 

 

 

 

 

취미 부자이신 분들이 요새는 바이크를 타신다고 했다. 대표님 중 한분이 드라이브 겸 옆동네로 커피마시자고 하셔서 대표님은 바이크, 나는 차로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라이딩 영상을 찍어드려야지 하고 차 앞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운전하던 중이였는데 산길을 돌아만든 2차선 도로 갓길에 강아지 한마리가 안절부절하며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다.

 

 

2차선 도로라 바로 차를 돌리지는 못해 도로 끝까지 내려온 뒤 다시 차를 돌려 올라갔다. 비상시를 대비해 만든 갓길같아 보였는데 가드레일 뒤로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와 유리 조각들 사이에 강아지가 한마리 있었다.

얼마나 있었는지 몸도 많이 야위어 있고, 발바닥은 유리에 베어 있었다. 경계를 많이 하길래 차 안에 있는 먹을거리 좀 던져주면서 가까이 오길 기다리니 천천히 내 손 쪽으로 다가왔다.

혹시 누가 잃어버렸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사람이 걸어서 올 수 있는 위치가 아니였고, 목줄이나 강아지 상태를 보자하니 유기된 친구라고 판단했다.

일단 이 친구를 데리고 마을로 내려와 대표님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먹을 것을 내어주시고 이 친구를 어떻게 할지 같이 고민해주셨다.

처음엔 유기견 보호소에 데려다주자 라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관련 글들을 찾아보니 특정 기간(10~30일)이 지나면 보호소의 재량하에 안락사를 할 수 있다는걸 알게됐다.

그래서 선뜻 유기견 보호소에 데려가기는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데려다 키울 수는 없으니 일딴 포인핸즈 에 유기견 글을 올리고 하룻동안 기다려보고, 몇가지 고민되는 항목만 확인해보자.

인식표가 없는데 혹시 내장칩은 삽입되어 있나? 한쪽 눈 색이 이상한데 혹시 백내장인가? 털 색이 히끗히끗 흰털이 있는데 피부병인가?
그 외에 건간적으로 문제되는건 없나?

다음날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어 일단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위 피검사를 비롯해서 위 항목들을 쭉 확인해봤는데 다행히 눈은 오드아이를 가진 친구였고, 털 색은 닥스훈트 종류 중에 데플이라는 점박이 종류였다.

그래서 결론은 결국 서울 집으로 데려오기로 마음을 먹었고 나의 유일한 서울집 가족이 되었다.

불리불안도 심하고 완전 쫄보라 짖기도 많이 하는데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고, 처음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쟀던 몸무게(7kg초반)보다 벌써 2kg은 더 쪘다.

요새 너무 바빠져서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져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크다.(지금도 다른집에 맡기고 제주에 와있네...) 이렇게보면 나도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앞으로 쭉 같이 잘 살아보자!

 

인터뷰 및 강연

올해는 재밌는 인터뷰와 강연 기회가 많이 생겼었다.

임팩트커리어.zip

루트임팩트라는 사회적 기업에서 'MZ세대의 커리어 트렌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그 연구 결과의 발표와 함께 그를 둘러싼 여러 고민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는 행사를 진행려고 하는데 토론 패널로 참여할 수 있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 대상: 커리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한 Z세대 중심의 청년 약 200명
  • 주요내용
    • 연구결과 공유: MZ세대의 직무몰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Significance, Opportunity, Job scope'
    • 패널 토론 및 스페셜 스피치 (1) Significance: 나의 일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
    • 패널 토론 및 스페셜 스피치 (2) Opportunity: 나의 일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
    • 패널 토론 및 스페셜 스피치 (3) Job Scope: 나의 일이 요구하는 태스크와 스킬의 범위

첫 번째 파일 주제인 나의 일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초록으산어린이재단에 계시는 정유경님, 구글코리아에 계시는 최차보임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각자의 일터에서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었던 순간, 나아가 일상적으로 주어지는 소소한 업무 속에서도 의미를 발견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O 워키토키

스타트업 전문 유튜브 채널인 EO는 평소에도 즐겨보고 영감을 얻는 채널이다.

어느날 전화 한통이 왔는데 스타트업 실무자들의 일과 삶을 다룬 워키토키 패널 토크쇼에 패널로 참여해 줄 수 있냐는 EO의 섭외 전화였다.

어? 내가 이런데를 나가도 되나? 싶은 생각은 잠시의 찰나!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오겠어? 라는 마음으로 나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사이드 프로젝트, 워라벨, 번아웃, 총 3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디자인 스펙트럼의 파운더 이신 지홍님! 기획자 신에서 인플루언서이신 도그냥 미준님, 그리고 커리어엑설러레이터이신 김나이님을 모더레이터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단한 사람들이 나와서 있어보이즘으로 말하는 컨셉이 아니라 나 이런거 해봤는데 이런 생각을 가지고 해봤던거야 라는 식으로 쿨하게 대화를 나누는 재밌는 경험이였다.

선문대학교 특강

운영하는 러닝크루인 SSRC의 크루원 중에는 대학교 교수님도 계신다! 러닝을 꽤 오래 했고, 술한잔 같이 기울이면서 형님이라고 부르셨던 분인데 알고지낸지 한참 뒤에야 직업이 교수님이신걸 밝히셨다. 교수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러너로써 소통을 하고 싶어셨다고 한다. (그래서 난 아직도 교수님이라기보다 형님이라고 부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형님께서 자신이 학교에 창업지원단의 단장이 되었는데 기존의 창업관련 특강이 다소 올드한 내용이 많아 일부 인원을 좀 더 젊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로 채우고 싶다고 하셨다. 그 자리 하나로 특강을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고, 흔쾌히 승락을 했다.

한 학기 당 3시간 가량의 특강이였고, 코로나로 인해 영상을 찍어 전달해주는 방식이였다.

그렇게 1학기, 2학기를 3시간씩 영상을 찍어 보냈다. 학생들과 소통을 하면서 3시간을 채웠다면 보다 수월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혼자 3시간 동안 떠드는게 쉽지않았다.

그래도 학생분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다는 기대에 너무 의미있는 기회였다.

 

선문대학교 x 프립 해커톤

자신만의 매력적인 콘텐츠를 가진 누구나 프립의 호스트가 될 수 있다. 라는 프립의 모토 아래 대학생들도 취미나 특기, 그리고 전공이라는 자신만의 탈렌트를 가지고 프립의 호스트로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정이 맞다면 자신의 재능을 상품화하여 매력적으로 표현하고 가격 설정을 해보는 경험 통해 수익을 낸다면 단순 아르바이트(편의점, 패스트푸드) 보다는 훨씬 좋은 경험이지 않을까?

그리고 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자체적인 시장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립 대장 수열님께서 감사하게도 한시간 특강을 해주신 후 프립 만들기에 대한 가이드와 팁 등을 전달해주는 발표 이후 본격적인 프립 만들기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참여한 학생은 총 13명이였고 각자의 아이디어 기반으로 3개의 팀이 빌딩됐다.

처음하는 경험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각 팀별로 아이디어 도출부터해서 정말 하루 만에 각 팀별 상품이 나왔다.

  • 동물 물리 치료 + 펫 러닝 상품
  • 셀프 마사지 방법 교육 + 불멍 상품
  • 막걸리 여행 상품
 

프립(Frip): [2030] 아산에서 온천 & 막걸리 한 잔

#충남 아산 #온천 # 막걸리양조

www.frip.co.kr

기대 이상으로 너무 상품들 퀄리티가 좋았고 이 중에는 정말 사업화해보고 싶다는 상품도 있었다.

가정했던 것들이 맞았다고 생각이 드어 너무 의미깊은 경험이였다.

어머니

2021년 7월 12일

재택 근무로 오전에 온라인 회의를 하던 중 아버지께서 전화를 주셨다.

사실 부모님께서 전화를 주시면 항상 썩 유쾌하게 받아지지 않았다. 그 언제부터인가 귀찮음으로 여겼던것 같기도하다.

마침 회의중이였고 전화를 안받을 좋은 핑계니 수신을 거부하고 회의중이니 이따 전화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평소와 다르게 아버지가 답장을 주셨길래 열어보니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는 내용이였다.

온라인 회의 도중에 회의창을 닫아버리고 잠시 얼이 빠졌다.

현관문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찰나에 휴가가 눈에 들어왔다. 정신을 잡고 회사에 전화해 상황을 이야기 한 뒤 급하게 강아지를 맡길 곳을 찾아보니 다행히 집 앞 이마트에 있는 애견용품샵에서 애견호텔도 운영하고 있다고 하여 맡기고 청주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동안에 슬픔보다는 어벙벙한 상태로 여차저차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가셨고(집에서 가족이 돌아가신 경우 필수적으로 받아야함) 동생과 동생 남편, 큰아버지가 계셨다.

어머니 영정사진도 제대로 볼 새도 없이 의사결정 해야할게 너무 많았다. 어머니를 어떻게 모실지, 수의는 어떻게 할지, 부고문자를 어떻게 보낼 지 등등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처리할 것들을 해결하고 나서야 어머니 영정사진을 제대로 보게 됐고, 그때서야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 시작했다.

본인의 건강을 잘 챙기지 않는 어머니가 늘 야속하고 속상했었다. 중독 수준으로 술을 드셨었고 그로인해서 발생한 가정불화도 많았었다. 병원에 입원하는 일도 잦으셨는데 이 부분도 자기 자신을 잘 챙기지 않아 입원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어떻게든 이 집에서 벗어나야 뭐라도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군 제대 후에 바로 복학을 하지 않고 집에서 나와 독립을 시작했고, 일년 동안 학비를 벌어서 그 돈을 기반으로 대학을 복학하고 이후 학비는 장학금으로 충당했다.

그렇게 부모님 집에 대한 고민이나 걱정을 뒤로하고 내 자신 만을 위해서 지금껏 살아왔다. 밖에서는 활발하고 말도 많이 하는데 가족들과는 이야기도 많이하지 않고 늘 짜증내는 말투로 지내왔었다.

어머니를 마지막 봰 것도 병원이였다. 어깨가 자꾸 빠진다고 하셔서 청주에 내려가 병원에 모셔드리고 수술을 시켜드렸다. 수술이 끝나고 병실로 오시고나서 일정 시간동안 잠을 자면 안되고 금식을 해야 한다고 해서 그 시간동안만 같이 있어드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바로 서울로 올라왔는데 그게 어머니와의 마지막 만남이였다.

그러고 어머니의 마지막 목소리는 임팩트 커리어 패널로 참가하는 당일 ,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1시간 전쯤에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평소보다도 목소리가 안좋으셨는데 당장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한 준비 때문에 바쁘다고 둘러대로 끝나고 전화한다고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 나서 어머니와 통화했다는 사실을 잊고 다시 전화를 드리지 않았다.

장례식장은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모시는 곳과 조문객 분들이 식사하는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두 공간은 문 하나 차이였지만 공기 자체가 달랐다.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본 순간은 장례 이틀 째에 입관을 할때였다. 장례식장은1층이였는데 입관하는 장소는 한 층 아래 지하였다. 장례식장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그 순간이 너무 무서웠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였기 때문이다.

누워계신 어머니를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너무 미안해서 만져볼 수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입관을 마치고 올라와 어머니가 다니시던 교회의 목사님께서 예베를 지내주셨다. 어머니는 몇년 전부터 다시 교회를 나가셨다. 그 전엔 잠깐 절에도 다니셨다. 감히 추측하건데 엄청난 신앙 보다는 의지할 곳이 필요하셨던 것 같다. 이 생각도 지나와서 이제야 아는게 아니라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저녁에는 어머니와 함께 다니시던 집사님분들도 오셔서 다같이 예베를 드렸다. 목사님과 집사님들 이야기를 들으니 어머니가 교회나가는 것을 정말 좋아하셨다고 한다. 그마나 말 붙힐 사람들이 있고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였던것 같다.

장례 이후에 어머니 물품을 정리하면서 어머니의 세례 증서를 발견했다. 어머니가 세례 받았다는 사실도 몰랐을 뿐더러 어머니도 왜인지 책꽂이 어딘가에 감춰두듯 꽂아두셨었다.

세례를 받으시면서 목사님께 저 같은 사람도 하나님이 받아주시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미안하고 야속하고 원망스럽고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이 들었다.

어머니는 화장시켜 드리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을 하는게 가장 힘들었다. 있을때 잘해드렸었어야지 이제와서 뭔가 더 해드린다는 가식을 떨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발인날 어머니를 화장시켜드리는 순간 너무 고통스러웠었다. 마지막에 화장된 어머니를 보여주는데 도저히 무서워서 볼 수가 없었다.

어머니를 작은 유골함에 담아 납골당에 모셔드렸다. 납골당에 모셔드리고 제사를 한번 더 지내는데 너무 야속할만큼 날씨가 좋았던 하늘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정말 유난히 덥고 유난히 날씨가 좋은 3일간이였다.

후회 라는 말이 이렇게 깊고 크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였다.

Salon de Sofa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 성수동을 산책할때면 괜찮은 공간이 있는지 살펴보곤 했다. 오래 돌아다녀 본다 한들 공간이 나오는건 아니지만 집에서 5분도 안되는 거리에 눈에 들어오는 공간을 발견했다.

https://youtu.be/r_qGxWe-ISY

꽤 오래된 공간이였는데 뭔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무작정 부동산에 전화해서 보증금과 월세가 얼마인지 문의했다.

알아본 주변 가게 월세 시세에 비해 월세가 너무 높았고, 건물주는 미국에 산다고해서 직접 연락해서 조정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부동산을 통해 조율을 부탁드린다고 해뒀다.

그러던 찰나에 재하님이 회사를 퇴사한다고해서 퇴사파티 겸 저녁을 같이 먹는 자리를 갖게 됐다.

퇴사하면 뭐할거냐고 물어봤는데 올해 남은 3개월 동안은 좀 쉬다가 내년부터는 술집을 하나 차리고 싶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어? 안그래도 오프라인을 세팅하려고 부동산이랑 조율중인데 혹시 같이 해볼 생각 없냐고 제안했다. 어자피 모든걸 준비하고 시작할 순 없다. 작은 공간을 보고 있으니 일단 한번 같이 봐보고 위치와 내가 생각하는 방향에 동감한다면 같이하자고 했고 그 자리에서 승낙을 했다. 이게 재하님과의 첫 시작이였다.

하나의 가게로 같이 시작하시만 서로가 바라보는 방향은 다르다.

재하님은 이 가게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공간 확장을 하고 싶고, 나는 이 가게를 기반으로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 한다.

각자의 원하는 방향을 기반으로 같이 시너지 내기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전 ㅋㄷㅋㄷ때 깨달았던 것처럼 재하님과 우선 소파라는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페이지를 맞추기 위한 미팅을 많이 가졌다.

 

같은 단어를 사용해도 서로가 다른 그림을 그리면서 말할 수 있으니 서로가 미팅을 하면서 맞춘 페이지를 무드보드 방식으로 표현해보기로 했고, 역시 서로가 다른 느낌의 무드보드가 나왔다.

서로의 무드보드를 기반으로 몇차례 더 미팅을 진행하고 나니 어느 정도 방향이나 톤앤매너가 맞춰졌다.

가게의 아이덴티티는 단순히 술을 소비하는 술집이라기 보다는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살롱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가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처음에 생각했던 가게 이름은 휴가 였는데 최종 가게 이름은 소파로 정해졌다. 

salon de sofa

그렇게 나는 가게를 설명해 달라고 하면 소파에 여럿이 모여앉아 작당모의를 하는 곳 이라고 설명한다.

 

서로가 맞춘 컨셉을 기반으로 공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공간을 만들어 낼 때 보통은 인테리어 업자한테 맡겨서 몇가지 시안을 제시해주면 그게 맞춰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는 공간 연출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께 무드보드 및 생각하고 있는 가게의 컨셉을 전달한 뒤 모델링 시안을 전달 받고,

그 내용을 토대로 인테리어 업자에게 전달하여 표현해달라고 했다.

공간을 세팅할 때 최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전문가가 필요한 영역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발품을 팔고 셀프로 진행했다.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준 덕분에 공간 자체는 너무 잘 나왔다.

이제는 운영

내가 소파에서 하고 싶은 것은 단발성 커뮤니티를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프립을 통해 재밌는 세션을 상품으로 만들어 참여자를 모객하고 소파에서 진행을 하려고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날과 당일에 구상했던 대로 시범적으로 운영해 봤는데 아쉬움은 살짝 있었지만 그래도 잘 운영됐었다.

아직은 가게 안정화가 먼저이지만, 잘 갖춰서 소파를 기반으로 재밌는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다.

마무리

지금 회고를 쓰고 있는 곳은 제주 플레이그라운드이다. 여기서 역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냈다.

래퍼 주비트레인이 여기서 같이 지내고 계신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회고를 쓴다는 이야기에 어떤 내용이 들어갔냐고 물어보셨다. 올해는 크게 바디프로필, 휴가, 어머니, 소파 라는 4가지의 키워드로 설명되는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면 다시 그것을 하나의 키워드로 함축해볼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다. 본인의 경우 올해 자신을 돌아봤을 때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하자면 여행 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처음엔 하나의 키워드로 함축해보는게

어려웠는데 깊은 대화를 하다보니 하나의 키워드로 함축이 됐다.

‘도전’이라는 키워드였다.

2020년도 회고를 보니 코로나 때문에 하고자 했지만 못한게 많다고 써있었다. 반면 올해에는 코로나는 핑계일 뿐 하고자 하는 것들을 꽤 많이 이루어 낸 해였다.

도전 이라는 키워드는 아마 내년에도 똑같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 보지만 한편으로는 더 큰 성과로 다른 키워드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든다.

글로 다 못적은 이야기도 많다. 연애의 시작과 끝, 치열했던 회사 프로젝트 이야기, 광고 촬영 등등...

회고를 쓰다보니 작년보단 한층 더 성장했다는게 확연히 느껴졌다.

22년도에도 지금보다 더 성장해 있을 내가 너무 기대가 된다! 화이팅!!

'언노말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노말욱's 2020년  (1) 2021.01.26